출처 : 예술의전당(베르나르 베르베르 연극 '인간' 포스터.)
출처 : 예술의전당(베르나르 베르베르 연극 '인간' 포스터.)

‘인류는 이 우주에서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가?’ 

연극은 매력적이다. 어쩌면 일방적일 수밖에 없는 다른 미디어들과 달리 연극은 배우와 관객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매 순간 다른 느낌을 선사하기 때문에 N차 관람 같은 즐길수록 더 즐거운 문화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연극을 좋아하는 필자의 경우 평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선호했다. 하지만 우연히 지인을 통해 접하게 된 연극 <인간> 이후 색다른 재미를 알게 됐다. 로맨틱 코미디와 거리가 멀어보이는, 어쩌면 무거운 장르의 연극 <인간>은 필자가 새로운 장르에 눈을 뜨게 해 준 인생작이다.

연극 ‘인간’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초의 희곡 ‘인간’을 원작으로 한다. 2004년 파리에서 초연한 이후로 유럽 전역에서 공연되며 흥행을 거둔 작품이다. 한국에서도 2004년 11월 30일 DVD를 포함하는 형태로 책과 함께 출간됐다. 이후 2010년 충무아트홀에서 진행된 아시아 지역 최초의 라이선스 공연을 시작으로 국내 연극 무대에 등장했다.

주인공 ‘라울’과 ‘사만타’는 어느 날, 거대한 유리 구조물에 갇힌 상태로 눈을 뜬다. 멸망한 지구를 떠나 우주 어딘가의 유리 감옥에 갇힌 것이다. 성별과 성격, 심지어 직업마저 맞는 게 하나도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의 관계
연극 <인간>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변해가는 그들의 관계’이다. 의약 부작용을 알아보기 위해 동물 실험을 하는 이성적인 과학자 ‘라울’과 동물을 사랑하는 감성적인 서커스 조련사 ‘사만타’. 태초부터 그들은 비슷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그렇기에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는 갈등 속 그들은 그들만의 토론을 하며 합의점을 찾는다. 이성적인 논리 속 변해가는 그들의 감정.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는가, 적이 되어 가는가? 변해가는 그들의 관계를 지켜보면서 그들의 대사에 공감하고 웃으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매력이 있는 연극이다.

독특한 객석 배치
<인간>은 독특한 객석 배치가 매력적인 연극이다. 보통의 경우 앞서 무대가 있고, 이를 바라보는 관객석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가운데에 무대를 두고, 그 앞뒤를 관객석으로 배치한다. 주인공 라울과 사만타를 360도 관찰할 수 있는 객석 배치이다. 

그렇기에 관객은 더욱 두 주인공의 작은 모습까지 집중할 수밖에 없고, 제3자의 시선으로 두 주인공을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적 특성을 잘 살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거대한 유리 구조물에 갇힌 두 사람에 집중하며 극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인류는 이 우주에서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가?
연극 <인간>은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두 주인공 라울과 사만타는 인간의 추악함과 지혜로움에 대해 논하며 ‘인간이 지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토의한다.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두 주인공들에 공감하고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무겁고, 어떻게 보면 가벼운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한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인간>은 이야기 속 그 해답을 찾고, 철학적인 질문을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연극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연극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작품을 관람한 뒤 스스로 묻게 될 것이다. '인류는 이 우주에서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것을


이예린 객원기자
* 이예린 객원기자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에서 언론을 전공 중인 예비언론인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사이드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