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예스24(책 '이야기의 탄생' 표지.)
출처 : 예스24(책 '이야기의 탄생' 표지.)

‘스토리텔링이란 결국 나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탄생>이라는 제목. 필자는 처음 봤을 때 단순히 스토리텔링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하며, 좋은 이야기를 쓰기 위한 상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법만을 다루는 책인가 싶었다.

그러나 부제가 '뇌 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인 만큼 이 책은 플롯 중심의 기존 작법서와 달리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을 뇌과학으로 관찰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이야기 창작이라는 부분에 과학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 심리학과 신경 과학의 개념이 이야기 작법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게 되는 것이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윌 스토의 <이야기의 탄생 - 뇌 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이다. 이 책은 크게 '만들어진 세계, 결함있는 자아, 극적 질문, 플롯과 결말' 순으로 작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제 1장 '만들어진 세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통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스토리의 내용을 한 번에 다 보여주는 것이 아닌, 어떤 암시나 상징을 던짐으로서 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유발해 집중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한 근거를 다양한 과학을 통해 설명하는데, 특히 ‘세계 모형’이라는 개념을 통해 문장 배열에 대해 설명한 것이 가장 주목할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이 개념과 함께 등장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실험은 독자들에게 많은 충격을 준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서 뇌는 현실을 직접 접하지 못하며, 그렇게 했다고 환상을 만들어 우리가 인식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실험이다. 

‘고릴라 옷을 입은 남자가 나와 가슴을 여러 번 두드리는데 이것을 알아채지 못한다고?’ 하는 의문이 들어 직접 영상을 찾아봤다. 혹시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실험 영상을 본 거라 의문을 느끼는 건가?’라는 생각에,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에게 영상을 보여줬을 땐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 직접 실험도 해봤다. 그 결과, 정말 놀랍게도 친구는 고릴라가 나왔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를 기반해 스토리텔링의 원리를 보니 책 <이야기의 탄생>에 더 큰 신뢰감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을 때, 내용을 이해하면 뇌는 환각을 통해 가상의 현실을 상상하게 되고, 실제 경험한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따라서 현실에 기반해 글을 쓰면 독자들이 받아들일 때 더 상상하기 쉽고 내가 의도한 바와 더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문장배열을 봤을 때 ‘제인이 아빠에게 뽀뽀를 했다’와 ‘아빠가 제인에게 뽀뽀를 받았다’는 서로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선 1장에서는 주장과 근거 형식으로 내용이 전개됐다면, 뒤로 갈수록 독자에게 철학적인 고민에 빠질 수 있는 소재들이 나온다. 특히 제3장 ‘극적 질문’에서는 ‘스토리텔링이 결국엔 나의 이야기’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좀 더 개인의 차원에서 철학적인 고민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각기 다른 세계에서 살아오고 보고들은 것이 다르기에 상상하는 것도 사람마다 각각 다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아왔다. ‘나’를 둘러싼 세계가 뇌가 착각하는 현실, 실제 현실이 아닐 수는 있어도 우리는 그게 내가 아는 현실이라며 믿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작품. 그리고 단순한 창작을 통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아닌 ‘나’를 대입해 철학적인 고민에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하는 결과. 그래서 ‘극적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깊은, 또 철학적인 고민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야기의 탄생>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해 추천해본다.


이예린 객원기자
* 이예린 객원기자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에서 언론을 전공 중인 예비언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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