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청와대(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이다.)
출처 : 청와대(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이다.)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 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라는 기구 법안에 인권규범을 담아 한계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 때 언급한 발언의 한 부분이다. 문 대통령의 차별 금지법 관련 발언은 대통령직 취임 후 4년 6개월만에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종료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차별 금지법을 다시 공론화하려는 모양새를 띈 점에서 시민단체들의 실망감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을 되돌려, 그간 문 대통령이 ‘차별 금지법’과 관련해 언급한 발언들을 보면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음을 유추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오락가락’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무지개행동이 보낸 ‘차별 금지법 입법’ 관련 질의에 “차별 금지법을 제정하겠다”며 “각종 차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참여 정부에서 추진됐던 차별 금지법 제정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은 5년이 지난 2017년 4월25일 밤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 때 ‘2012년의 마음가짐’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동성애에 반대하는가”를 묻는 당시 홍준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질문에 “그렇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답했다 문 대통령 발언에 주요 포털 및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동성애 관련 남남갈등이 번지기도 했다. 이런 사례를 들춰볼 때 문 대통령이 언급한 ‘차별 금지법’의 무게는 무겁지 않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시민단체인 차별 금지법 제정연대는 26일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이 취임 후 4년6개월 만에야 차별 금지법을 처음 언급했다”며 “그 결과 4년간 대한민국은 ‘성소자의 존재를 합의해보자’며 ‘사람’을 찬반의 대상에 올려뒀다”고 분노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남의 일처럼 관망하며 한 마디 보태는 데에 그칠 게 아니라, 남은 임기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인권보장 관련 행보를 비롯해 숱한 약속을 했다. 진실을 국민 앞에 선보이겠다고 한 ▲5·18민주화운동 진상 규명 ▲세월호 침몰 원인 등 굵직한 사안들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차별 금지법 제정 관련 뚜렷한 행보를 기대하는 것 역시 무리일까. 문 대통령이 2012년 무지개행동에 보낸 “차별 금지법 제정을 다시 추진할 것”이란 발언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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