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성경구절에도 등장
일반인들에게도 뇌물죄가 성립할까

10월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이 확정되었다.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의혹으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총 16개의 혐의 가운데 7개를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은 82억원을 선고받았다. 이어진 항소심 재판에서는 더 많은 금액을 뇌물로 인정하면서 1심 형량보다 2년이 늘어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 8천여만원을 선고 받았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측이 보석 취소 결정에 재항고하면서 구속집행 정지 결정을 받고 잠시 풀려난 상태였지만 이번의 실형 확정으로 곧 재수감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의 뇌물에 대한 뉴스는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마르지 않는 우물’과도 같다. 이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과거의 기득권 세력에서의 뇌물 사건은 수도 없이 많았고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전망이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뇌물은 오래전 부터 존재해온, 하지만 이제는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뇌물은 오래전 부터 존재해온, 하지만 이제는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뇌물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왔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명나라는 뇌물로 망했고 우리나라에선 임진왜란 이후 공명첩이 남발됐다. 뇌물 하면 정치가 연상된다. 가장 많은 권력과 이권을 차지하려고 사람들이 뇌물을 바치기 때문이다. 주된 요인은 역시 돈이다. 권력을 가지면 돈을 갖고 싶어 하고, 돈을 가지면 권력을 쥐고 싶어 한다. 돈과 명예, 권력과 돈은 늘 붙어 다닌다. 이 둘이 결합하면 어떠한 화학반응과 같이 매관매직이 일어난다. 돈으로 자리를 팔고 사는 것이다.

임진왜란 이후 최고의 상품은 관직이다. 공명첩(空名帖)이 이때 등장했다. 공명첩은 글자 그대로 헛된 이름을 파는 것이고 명예를 파는 것이다. 공명첩은 이름을 적는 칸을 비워둔 백지 임명장이다. 돈이나 곡식을 받은 뒤 공란에 구매자 이름을 적어주면 임명장이 된다. 공명첩의 기원은 오래됐다. 중국은 한나라 때부터 돈이 필요할 때 많이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공명첩으로 임명하는 관직은 거의 진짜가 아니다. 이름뿐이다. 그래도 다른 이익이 있다. 조세와 부역의 의무를 면할 수 있고 관직을 이용해 재산도 지킬 수 있다.

중국의 역대 왕조는 매관매직을 국가 공식사업으로 양성화하기도 했다. 국경지대에서 곡식을 바친 사람에게 관직을 줬다. 이를 연납제라고 한다. 조선은 임진왜란 후 본격적으로 공명첩을 만들었다. 아무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외적이 쳐들어오자 다급했지만 군대를 동원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공명첩이다. 지휘관이나 지방관이 백지 임명장을 갖고 있다 군에 자원하거나, 군량을 바치거나, 공을 세우면 즉석에서 이름을 적었다. 특히 식량을 모으는 데 공명첩이 유용했다. 곡식을 바치고 벼슬을 얻는 제도라 해서 납속(納粟)제도라고도 했다.

뇌물에 대한 기록은 성경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뇌물은 요술방망이 같아 어디에 쓰든 안 되는 일 없다(잠언 17장 8절).", "선물은 앞길을 여는 물건, 높은 사람에게로 인도해 준다(잠언 18장 16절).", "은밀히 안기는 선물은 화를 가라앉히고 몰래 바치는 뇌물은 거센 분노를 사그라뜨린다(잠언 21장 14절)." 등의 구절은 현대 뿐만 아니라 고대에서도 뇌물이 얼마나 성행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대에서의 뇌물은 부정부패의 필수요소로 꼽히며 권력자가 공무를 부정하게 집행하도록 하기 위해서 주어진 금전 또는 기타 이익의 전반을 의미한다. 단순히 돈을 주는 것만이 뇌물이 아니라 진귀한 선물, 비싼 식사 대접 역시 뇌물에 포함되는 것이다. 너무도 다양한 범주가 존재하기 때문에 법적인 의미에서의 뇌물을 먼저 살펴보겠다.

뇌물의 개념은 직무에 관한 부정한 보수로서의 모든 이익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직무러함은 일반적으로 공무원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또 해당 개념에서 뇌물과 일반 선물의 구별이 문제가 되곤 하는데 간단하게 언급하면 대가관계의 성립 여부로 인해 뇌물로 인정이 될 수 있다.

뇌물의 성립요건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①직무관련성의 존재 ②대가관계에 있는 부정한 이익의 여부가 그것이다. 직무관련성의 존재는 공무원, 중재인이 그 지위에 따라 담당하는 일체의 사무와 관련성이 있어야 하며,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것이라면 현재, 과거, 미래의 직무 모두를 포함하며, 결정권자가 아닌 결정권자를 보좌하여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의 직무도 포함된다.

대가관계에 있는 부정한 이익의 여부는 뇌물과 직무행위 사이에 급부와 반대급부라는 대가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의 대가관계는 특정적인 것이나 포괄적인 것을 불문하고 모두 포함된다.  한편, 이익은 재산적 이익 또는 비재산적 이익 모두를 포함하기 때문에 돈을 받은 경우는 물론이고, 취직알선, 승진, 이성 간의 성교, 여행 등을 대가로 받은 경우라도 뇌물죄에서의 '이익'에 해당하게 된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뇌물은 오래전 부터 존재해온, 하지만 이제는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뇌물은 오래전 부터 존재해온, 하지만 이제는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그렇다면 공무원과 관련되지 않은 뇌물은 없는 것일까? 뇌물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대부분이 공무원 또는 그에 준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자와 연관되어 있다. 과거 선생님에게 건네던 촌지 역시 교육공무원에게 주는 뇌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반인의 신분으로 일반인에게 뇌물을 주는 것은 어떤 죄가 성립되는 것인가 생각할 수 있다.

A군의 아버지는 자신의 친구인 B에게 아들의 취직자리를 청탁하며 선물을 전달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배임수재죄 및 배임증재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득을 취한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고 배임증재죄는 청탁을 하면서 재물을 준 사람에게 해당된다. 즉 A군의 아버지는 배임증재죄, C는 배임수재죄가 성립될 수 있다.

현대에서는 뇌물만을 문제하는 것이 아닌 뇌물을 주는 그 행동 목적, 마음까지 죄로 보려고 하는 인식이 있다. 이러한 부분은 청탁금지법으로 알 수 있다. 사실 청탁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의 의미가 강했다. 무엇인가를 청하고 남에게 부탁한다는 의미로 과거에는 주례청탁, 원고청탁 등처럼 일상에서도 많이 사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정부패, 뇌물 등과 엮어서 부정의 의미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청탁금지법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기존의 형법상 뇌물죄와 달리 부정청탁, 금품수수 등에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더라도 처벌하는 법률 조항이다.

뇌물과 관련되어 가장 널리 알려진 법은 ‘김영란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뇌물, 부정부패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져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관행, 몸에 베인 습관을 쉽게 고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치려고 하는 마음가짐의 유지이다.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가짐이 바뀐다면 오래된 청탁, 접대 문화 및 뇌물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화하고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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