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가 우울 경험...27점 만점에 평균 우울 점수는 2.15점
여성, 젊은층, 저학력, 단독가구 등의 특성 확인
우울 비율 기준 수면시간, 인스턴트 섭취, 흡연 변화 순...최대 10.2%p 차이

출처: 군산간호대학교 홈페이지(군산간호대학교 전경)
출처: 군산간호대학교 홈페이지(군산간호대학교 전경)

코로나19 이후 3년 가까이 지난 시점이다. 코로나19를 기준으로 사회·경제적 변화와 함께 일상 및 생활에 큰 변화가 생겼고 기존의 신체·환경적 약자에 더해 자영업자, 일용직, 방과후 강사 등 더 다양하면서도 경제적 요인과 연결된 ‘재난약자’가 새롭게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재난 상황 속 어려움을 겪는 여러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정책도 실시됐다.

물론 이제는 지난해 말에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두고 사회적 논의가 진행될 정도로 ‘일상으로의 회복’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이야기일 뿐 언제나 ‘새로운 위험’의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최근 3개월 동안의 일일 확진자 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10월 10일 8,981명에서 12월 28일 8만 7,517명으로 다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1월 3일 기준 8만 천 명이 넘는 일일 확진자를 기록한 상황이다. 또한 해외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와 그 결과에 대한 소식은 여전히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이다.

이는 언제든 다시 ‘재난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여전히 코로나19라는 재난이 우리 사회에 남긴 문제는 남아 있으며, 그 여파가 모두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당 수의 국민들이 경험한 ‘우울’과 관련된 경험은 분노, 울분, 화와 같은 부적 감정을 비롯해 혐오와 갈등이 심해지는 사회적 변화에 있어 주요 요인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좋은연구’를 통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전반의 ‘우울’과 관련된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석대학교 간호학과 신미아 교수와 군산간호대학교 박주영 교수가 <인문사회21> 제13권 3호에 발표한 논문 <코로나19 이후 성인의 우울 영향 요인>에서는 성인 전체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여기서는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일상생활 변화와 함께 우울 경험을 연결해 그 특성과 비율을 중심으로 확인했다.

이 연구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사회·경제·정치·교육 등 다양한 영역의 영향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의 변화가 나타났음을 지적하며 시작한다. 이 때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직업, 사회, 여가, 가정 등에서 발생하는 방해로 인해 심리 정서 및 정신건강 등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 맞춰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관련 연구들이 이어졌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우울감이나 일상생활의 변화, 대학생 우울, 노인의 우울, 염려와 우울 등의 논의가 이어진 상황이다. 연구팀은 많은 연구에서 일상생활 변화와 우울의 밀접한 관련성을 확인했지만 주로 학생, 여성, 노인, 만성질환자 등의 특정 집단에 집중됐다.

연구진은 오히려 학업 및 경제활동에 왕성하게 참여하는 일반 성인 전반에 대해서는 검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일반적인 성인들로 그 범위를 확장해 코로나19 이후 이상생활 변화와 염려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성인 우울 중재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2020년 8월 16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된 지역사회건강조사의 원시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해당 조사에 참여한 22만 9,269명 중 결측값(누락된 결과)이 없는 19세 이상 64세 이하의 성인 9,660명을 분석대상으로 설정했다.

데이터는 성별, 연령, 교육 수준, 취업상태, 배우자 유무, 가구원 수, 도움 요청할 사람, 주관적 수준 등 8개의 일반적 특성을 포함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일상생활 변화의 경우 신체활동, 수면시간, 인스턴트 식품 및 탄산음료 섭취, 배달음식, 음주, 흡연, 친구나 이웃과의 만남, 대중교통 이용 등의 8개 항목을 선정해 변화 여부를 중심으로 확인했다.

코로나19 이후 염려의 경우 감염 염려, 죽음 염려, 주변 비난 및 피해 염려, 건강 취약자 감염 염려, 경제적 피해 염려 등의 5개로 구분했고, 우울은 지난 2주 동안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흥미나 재미가 없음, 가라앉은 느낌, 수면의 문제, 피곤하고 기력 저하, 식욕의 변화, 실패자 느낌, 집중 어려움, 행동의 변화, 죽거나 상처 주는 생각 등의 9개 변수가 포함됐다. 우울 변수는 ‘전혀 아니다’=0점, ‘여러 날’=1점, ‘일주일 이상’=2점, ‘거의 매일’=3점으로 처리했다.


분석결과 최근 2주 동안 우울 증상이 있는 경우, 즉 해당 시기에 우울을 경험한 사람은 15.7%(1,450명)였고, 우울 평균 점수는 2.15점(최소 0에서 최대 27점)이었다. 전체의 84.3%가 5점 미만의 우울 점수를 보여 우울 증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별, 연령, 교육 수준 등 8개의 일반적 특성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우울에 있어 성별에서는 남성 13.5%, 여성 27.5%로 차이가 존재했으며, 연령의 경우 19~29세 18.8%, 30~45세 16.2%, 46~64세 12.2% 순으로 젊은 집단의 우울 비율이 통계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교육 수준에서도 초졸 이하가 19.4%로 가장 높았고 저학력 순으로 우울이 높았다. 비취업자가 취업자보다 3.9%p, 배우자가 없는 경우가 5.3%p, 단독가구가 6.8%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관적 건강수준에서는 나쁜 경우(47.8%)가 좋은 경우(9.7%)보다 38.1%p 높은 것으로 확인돼 그 격차가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상생활 변화를 기준으로 보면 대중교통 이용을 제외한 7개 항목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됐다. 변화에 따른 우울 비율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면 수면 시간 23.6%, 인스턴트 섭취 20.7%, 흡연 19.8%, 배달음식 섭취 18.6%, 음주 18.3%, 신체활동 17.9%, 만남 횟수 16.0% 순이었다. 변화가 있는 집단이 변화가 없는 집단보다 최소 2.1%p에서 최대 10.2%p 우울 경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염려와 우울의 관계를 살펴보면 감염, 죽음, 비난 여부는 우울 경험 비율 차이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 가지 염려 중 건강취약자들의 감염 염려, 경제적 피해 염려 두 가지에서만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됐다. 둘 다 염려가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보다 우울 비율이 높았다.

모든 변인을 고려해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성인의 우울 영향요인을 확인한 결과 13가지 특성이 확인됐다.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 가능성이 2.081배 높았으며 연령에서는 46~64세을 기준으로 이들에 비해 19~29세가 1.730배, 30~45세는 1.542배였다. 교육 수준에서는 대졸 이상을 기준으로 했을 때 고졸이 1.156배, 단독가구가 다인가구보다 1.313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주관적 건강수준이 나쁠 경우 8.058배, 신체활동 변화가 있으면 1.219배, 수면시간 변화의 경우 1.421배였다. 인스턴트 음식 섭취 변화 1.202배, 배달음식 섭취 변화 1.254배, 음주 변화 1.276배, 경제적 피해 염려가 있을 때 1.216배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이사항으로 대중교통 이용의 변화가 있는 경우에 0.763배로 오히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자면 코로나19로 인한 우울 증상의 경우 15.7%가 이에 해당됐으며, 전체 대상자 기준 27점 만점에 평균 2.15점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해당 시기 다른 연구들에서는 29.7%나 34.2% 같이 작은 수준이더라도 우울을 경험한 비율이 보다 높게 나타난 것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생각해볼 부분은 특정 시기에 국민의 최소 15.7%가 ‘우울’을 경험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즉 ‘사회 전반의 치유’에 대해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논문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혼자 사는 2030 청년 여성 같은 우울 정도가 높고 위험군에 속할 가능성이 있는 집단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우울을 경험할 가능성을 두고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높고, 19~29세가 46~64세보다 1.7배 높은 상황이면서 동시에 단독 가구의 경우 1.3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이와 비슷한 결과는 여러 연구·조사에서 확인한 청년세대의 우울 경험 및 위험군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출처: 보건복지부 복따리TV(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 안내 캡쳐)
출처: 보건복지부 복따리TV(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 안내 캡쳐)

이와 관련해 현실에서도 재난 상황에서 특히 취약한 집단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2022년 4월부터 보건복지부는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소득 및 재산과 상관없이 1만 5천명을 대상으로 3개월(10회)간 주 1회(월 4회) 전문적인심리상담 서비스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을 두고 청년을 넘어 더 다양한 연령/직업이나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로의 확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주관적 건강수준이라는 ‘본인의 건강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가에 따라 우울을 경험할 가능성이 8배 이상 높다는 것과 함께 신체활동, 수면시간, 음식 섭취, 음주 같은 일상생활 변화를 함께 고려하자면 심리적 타격을 극복하고 파괴된 일상적인 생활을 회복할 수 있는 ‘참여형 사회 활동 프로그램’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만든 새로운 일상생활에 적절한 대면/비대면 혼용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및 여러 사회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끝으로 여러 특성별로 이에 해당되는가에 따라 ‘우울 경험’ 정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차이가 있다는 결과로 볼 때 연구팀이 제안한 것처럼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취약 특성을 고려한 보다 세분화된 우울 중재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는 작고 다양한 여러 특성들이 더해진 상황을 고려해보면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3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누군가에게는 이제 코로나19가 일상 및 생활 영역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요인’이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는 ‘중요 변수’이기도 하다.

실제 필자가 지난 학기 뉴스 관련 수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이제는 굳이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보도가 필요없다”고 말한 학생들이 일정 비율 존재한다는 것이다. 반면 주변 강의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신건강 문제’로 병원을 다니거나 수업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수업마다 있어 우려되는 현실도 공존하고 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고 상황/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정신건강과 관련된 이슈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주요 의제라고 할 수 있다.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지금, 다양한 사람을 위한 더 나은 형태의 정신건강 향상 프로그램을 고민해보면 어떨까?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사회 전반에 발생한 ‘우울’을 이겨내기 위한 희망을 담아 ‘좋은연구’로 선정해본다.

이푸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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