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약자, 2012년 언론에 첫 등장...신체·경제·환경적 재난약자로 구분
2019년에 가장 많았고, 화재가 84.1%...신체적 재난약자 중심
2020년엔 자영업자, 일용직, 방과후 강사 등 더 다양한 경제적 집단 포함
변화한 현재의 상황을 바탕으로 하는 ‘더 다양한’ 재난에 대한 고민 필요

출처:조선대학교 (조선대학교 전경사진)
출처:조선대학교 (조선대학교 전경사진)

재난약자라는 단어가 2012년 처음 출현한 뒤 2019년과 2020년에 가장 높은 빈도로 사용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또한 재난약자에 대한 개념 및 유형이 코로나19 이후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강희숙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우리말연구> 66권에 발표한 논문 <‘재난약자’ 담론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분석>에 담겨 있다.

이 연구는 코로나19 이후의 가장 큰 변화에 대해 ‘감염병이 과연 재난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을 말하며 시작한다. 이는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일상의 파괴와 생명의 보장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경제적 침체 등의 결과를 겪으며 재난임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또한 수많은 자연재해를 비롯한 인적·사회적 재난이 그러한 것처럼 치명적인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부 계층에 대해 더욱 가혹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연구자는 위기·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재난의 불평등성을 뜻하는 ‘재난은 왜 약자에게 더 가혹한가’라는 질문이 시대의 화두가 되는 만큼 비교적 자주 쓰이는 용어인 ‘재난약자’에 대한 사회언어적 분석을 진행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BIGKinds)를 활용해 뉴스 텍스트에 드러난 담론을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재난약자’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2012년이다. 이 연구에서는 2012년 4월 25일자 충청투데이의 기사에서 “주민 대피 훈련의 주민 훈련 참여 촉진을 위해 ‘재난약자’ 등을 사전 파악하고, 재난도우미를 민방위대 및 재난 안전 네트워크 회원들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라는 보도에 사용된 것을 처음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학술적으로 이 개념과 유형 및 특성을 논의한 것은 2017년의 연구였다. 여기서는 한국에서의 재난약자 현황을 살펴보며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바탕으로 ‘재난 발생 시 올바른 상황 판단과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 타인의 도움이 요구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재난약자의 유형으로는 ‘영유아, 고령인, 장애인, 외국인’으로 정했다.

하지만 연구자는 코로나19 이후의 변화로 볼 때 사회적 조건이 달라짐에 따라 이 개념 및 유형화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의 감염병 노출 위험 상황에서는 일부 계층이나 집단에 대한 위험성 및 취약성이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과정에서 경제 활동이 어려워짐으로써 사회·경제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계층과 집단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재난약자 개념을 두고 “재난으로 인한 위험성과 경제적 취약성이 높아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많으며, 환경적 제약으로 재난 상황에 대한 인지 또는 판단이 어려운 개인이나 집단”으로 정의했다. 또한 그 특성으로 ▲ 재난 발생 시 스스로 재난 상황에서 대피하거나 대응하기가 어렵다 ▲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서 자생적 복구에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복구가 어려울 수 있다 ▲ 의사소통 능력의 제약으로 재난 상황에 대한 인지 또는 판단이 쉽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다 등의 세 가지를 제시했다.

유형으로는 신체적 재난약자, 경제적 재난약자, 환경적 재난약자 등의 세 가지로 구분했다. 먼저 신체적 재난약자의 경우 영·유아 및 청소년, 고령자, 장애인, 임신부 등이 이에 해당되며, 경제적 재난약자의 경우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이 포함될 수 있다. 환경적 재난약자는 외국인 또는 이민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빅카인즈(BIGKinds)를 통해 1990년부터 2020년까지의 재난약자 보도 특성을 살펴보면 총 452회였다. 2012년 2건이 등장한 이후 2018년에 93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2018년의 대표적인 사건은 ‘밀양세종병원 화재 참사 발생’이 있다.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인 2019년의 경우 164건이었으며, 2020년도 138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논문에 따르면 처음 출현한 2012년의 경우 구체화된 재난약자의 유형은 없으나 “재난 대응 안전 한국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대상으로서 이러한 훈련 시 민방위대 및 재난안전네트워크 회원들로 구성된 ‘재난도우미’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재난약자’가 안전사고 우려 대상으로서 그 유형은 ‘쪽방촌, 노유자 시설’에 거주하고 있거나 ‘병동’에 입원하고 있는 개인 또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출처: 강희숙(2021). '재난약자’ 담론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분석. 115p.
출처: 강희숙(2021). '재난약자’ 담론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분석. 115p.

가장 빈도가 높았던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결과를 두고 주목할 부분은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보다 2019년의 ‘재난약자’ 빈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연구자는 ‘재난취약계층’이라는 용어가 높은 빈도로 사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재난취약계층’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9년에는 106회였으나 2020년에는 402회나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텍스트 생산의 사회적 조건 변화에 따라 2019년과 2020년의 ‘재난약자’는 달라졌다. 2019년의 경우 빈도를 기준으로 보면 화재가 84.1%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미세먼지(3.9%), 사고(2.3%), 폭염(1.7%) 순이었다. 이외에도 기후위기와 지진 및 복합재난 등이 있었다.

유형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요양병원 및 노인요양시설 수용자가 31.2%였으며, 장애인(13.2%), 고령자(11.0%), 영유아(7.5%) 순이었다. 연구자는 이를 두고 “신체적 재난약자에 속하는 공통점과 함께 화재를 비롯한 재난 상황에서 판단이나 대피가 어려워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거나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입기 쉽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2020년의 경우 화재(66.0%), 코로나19(25.5%), 불특정(5.7%), 사고(2.8%) 순이었다. 유형을 보면 요양병원/요양원 환자가 17.4%로 가장 많았고, 장애인(15.0%), 고령자(12.5%), 외국인(6.6%), 영유아(6.0%), 임산부(3.6%), 차상위 계층(3.6%) 등의 순이었다. 빈도에 있어 화재와 코로나19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유형에 있어서도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2020년의 가장 큰 언어적 특징 ‘경제적 재난약자’가 매우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생활기반이 안정되지 않아 재난 상황에서 극심한 경제적 곤란을 경험하고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경제적 재난약자로 전락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또한 신체적 재난약자 유형에 요양병원/요양원 환자가, 경제적 재난약자 유형에 자영업자, 일용직, 방과후 강사, 중소기업 등이 포함됐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KBS 부산방송사의 재난약자 유형 사례를 제시했다.

출처: 강희숙(2021). '재난약자’ 담론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분석. 125p.
출처: 강희숙(2021). '재난약자’ 담론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분석. 125p.

결론적으로 연구자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 혹은 사회재난을 두고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의 도래를 비롯한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들이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일상에 내재돼 있거나 언제든 엄청난 규모의 재난으로 그 모습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재난”까지 ‘재난약자’로 포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지금의 법률 체계나 사회인식은 아직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2004년 3월 11일에 제정돼 지금에 이른 <재난 및 안전관리법>에서는 ‘안전취약계층’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재난에 취약한 사람을 말하고 있다. 이를 두고 논문에서는 다분히 전통적인 것으로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 등의 재난 관리 책무를 오로지 ‘안전’이라는 방향성만 가지고 접근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 재난은 모든 경제적 활동이 불가능하게 만들어 수많은 경제적 재난약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처럼 다양함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 및 유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우리 일상 속 잠재된 재난 가능성을 철저하게 진단해 이로 인한 재난약자의 출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자면 환경오염이나 기후위기 관련 재난이 있으며, 대형화재 같은 인적 재난에 매몰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뉴스 텍스트의 담론이 ‘신체적 재난약자’ 중심인 것과 <재난 및 안전관리법>에 있어 국가폭력, 기후 위기, 환경 재난, 사회적 갈등, 결혼 및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절벽 현상 등 사회의 안정적 발전을 저해하는 또 다른 재난 또는 위기 요인을 유형화하고 지원도 다양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연구는 이제는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되며 누구나 알고 있는 ‘재난약자’라는 개념을 두고 우리 사회에 있어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떻게 변화했는지 ‘뉴스’를 통해 확인했다. 지금의 결과를 통해 사회적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언어적으로는 안전취약계층, 재난약자, 재난취약계층 등으로 변화했고, 이에 해당되는 ‘계층’과 ‘집단’도 달라져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달라지는 현실 속에서 법과 제도를 비롯한 사회 인식은 여전히 대형화재와 같은 인적 재난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신체적 약자'에 관한 부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연구자가 설명한 것처럼 재난으로 인한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현상’이 나타난 지금에 이르러 ‘새로운 대응’이 필요함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황이다. 재난이 일상화된 현재를 바탕으로 개념과 유형을 비롯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금의 현실을 반영함과 동시에 앞으로 다가올 다양한 재난에 대한 고민을 통해 미래의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이면서 ‘실효성’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새로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정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연구’라고 할 수 있다.

이푸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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