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윤희에게'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윤희에게' 포스터)

계절마다 눈에 보이는 풍경도, 향기도, 즐길 수 있는 맛도 다른 우리나라.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있다는 것은 낭만적인 일이다. 필자는 겨울이 되면 <윤희에게>가 떠오른다. <윤희에게>는 제41회 청룡영화제 각본상,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임대형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며 김희애와 김소혜, 나카무라 유코가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이다.

남편과 이혼하고 공장 식당에서 일을 하며 고3 딸 ‘새봄’을 홀로 키우는 윤희의 앞에 일본 오타루에서부터 온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엄마 몰래 편지를 먼저 발견한 새봄은 엄마의 어린 시절 첫사랑에게 온 것임을 확인한다. 새봄은 엄마에게 해외여행을 가자고 유도하며 엄마의 첫사랑을 찾기 위해 함께 일본 오타루로 떠난다.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이 작품은 여성 퀴어 영화로 2020년 겨울, 내가 영화를 감상하고자 마음먹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화해가는 사회 인식 속에서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받아들이기 위함이었다. 단순한 이유를 갖고 영화를 보게 됐지만 지금은 네 번이나 다시 봤을 정도로 나의 인생작이 된 작품이다. 따라서 필자는 매 겨울마다 <윤희에게>를 보게끔 만든 영화의 매력 포인트를 소개해 볼 예정이다.


딸 ‘새봄’이와 엄마 ‘윤희’의 성장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짐을 짊어지고 사는 듯한 엄마의 첫 사랑에 대해 문득 알게 된다면 어떨까. 그 상대가 여성이라면? 20살이 되기 직전, 수능이 끝난 19.9세의 새봄은 이러한 상황을 맞닥뜨렸다. 하지만 새봄은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와의 벽을 느끼고 있던 새봄은 엄마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기회인 것처럼 일본 여행이 즐거워 보였다.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주목할 부분은 딸 ‘새봄이’의 캐릭터이다. 이름처럼 엄마에게 새로운 봄을 주면서 동시에 ‘무모함’을 보여지만 그래서 가능하게 하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때론 퉁명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엄마의 행복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바라던 따듯한 성품을 지닌 좋은 딸. 이러한 새봄의 무모함이 풀어나가는 이야기와 함께 주인공들의 모습과 성장하는 관계를 바라보는 것도 이 영화의 주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몰입을 더하는 배우들의 나레이션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연출과 연기가 어우러져 몰입을 극대화시킨다는 것이다. 감독의 연출과 제목, 그리고 편지 속 솔직한 내용은 관객들에게 과거에 견딜 수 없었던 일들이 이제는 상대를 생각하며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 것에 대한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특히 나레이션으로 녹여내면서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선을 강화했다. 이에 더해진 배우들의 연기도 대단하고 김희애와 나마무라 유코의 담담한 목소리는 상대에게 미처 닿지 못 했던 꾹꾹 눌러 쓴 마음이 묵직하게 담겨있는 듯하다.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눈과 귀가 편안해지는 영화

<윤희에게>는 겨울이라는 계절을 담아낸 영상미 그 자체로도 감상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사람의 키만큼 소복하게 쌓여있는 눈과 흰 색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각자의 개성을 보이는 소품들과 풍경까지. 옛 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로부터 시린 인생을 살았던 윤희가 ‘새봄’과 함께 더더욱 겨울 같은 오타루로 떠난 것은 자신의 과거 아픔을 직면하기 위해 옛 친구가 있는 공간으로 뛰어든 것 같아 오타루의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마치 그들의 만남이 이뤄질 것 같은 가슴 뛰는 공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OST는 음악가 김해원과 임주연이 참여했다. 서정적인 피아노곡이 주로 깔리는데 겨울의 차가운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데에 큰 기여를 한다. 특히 OST 1번 트랙인 ‘윤희에게’는 영화의 첫 인서트에서 등장하는데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마치 음악으로 설명해주는 듯하다.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나’로 살지 못 하는 당신에게

준과 윤희가 서로의 편지에서 물었던 것처럼, 매 겨울을 <윤희에게>와 함께했던 필자는 준에게도, 윤희에게도, 새봄이에게도 봄과 여름, 가을 역시 잘 지냈는지 물어보고 싶다. 일본 여행을 가기 전까지 이들의 인생은 피부로 느끼는 온도와는 달리 마음만큼은 겨울이었기 때문이다. <윤희에게>는 한 부모 가정,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동성애자, 혼혈, 가부장제 가정에서 자란 여성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억지로 끼워 맞춘 퍼즐조각처럼 자신의 마음을 한껏 구긴 채 살아왔을 것이다.

우리들도 사회가 정해둔 틀에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기도 하며 아픈 과거를 갖고 현재의 나를 외면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윤희가 오타루에서 새 봄을 맞이한 것처럼, 우리도 과거의 아픔을 직면하고 보듬어 줄 필요가 있다. 5월의 봄 날, 아직 겨울 속에서 살아가는 윤희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윤희, 새봄과 함께 과거의 아픔으로부터 ‘나’를 되찾고 싶다면 <윤희에게>를 추천한다.


신해리 객원기자
* 신해리 객원기자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에서 언론을 전공 중인 예비언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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