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안락사 도입 찬성 의견 多
-연명의료결정제도 무료상담 받을 수 있어

행복하고 인간답게 사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생활하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순리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경제적인 어려움, 정신적인 괴로움 등의 이유로 ‘자살’로 생을 맞이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 특히 올해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코로나19라는 감염병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살은 스스로 생명을 끊는 행위로 ‘순리를 어겼다’는 측면 혹은 ‘나약함을 이기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상당수의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대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에게 죽을 수 있는 권리는 어디까지 인정돼야 하는 것일까?

‘안락사’란 죽을 권리를 법제화한 것으로 회복의 가망이 없는 중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시켜 사망케 하는 의료 행위를 말한다. 실제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미국의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 일부 주에서 ‘안락사법’을 법제화해 시행하고 있다.

안락사는 크게 의사의 도움을 약물을 주입해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인 것’과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뉜다.

대부분 의사의 도움을 받는 의사 조력자살이 일반적이지만, 심한 질환으로 고통받는 시한부 환자의 가족과 지인들이 자살을 돕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조력자살은 법으로 금지돼 있으나, 미국의 일부 주와 스위스, 네덜란드 등 일부에서는 합법화돼 있다.

조력자살이 합법인 스위스 취리히에는 6개의 조력자살 센터가 있으며, 몇 군데에서는 외국인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인들이 스위스로 자살여행을 떠나 조력자살 지원 병원인 디그니타스 클리닉에서 죽음을 맞이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곳은 1998년 설립 이후부터 10년까지 기간에만 조력자살을 한 사람이 947명에 이를 정도였다.

한국의 경우도 2016년, 2018년 스위스에서 조력자살로 2명이 생을 마감했으며, 같은 방식으로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준비 중인 한국인이 107명에 달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소극적 안락사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中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안락사법이 금지일까? 현재 한국은 소극적 안락사인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법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으로 명시돼있다.

정부는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안착과 확산을 위한 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연명의료 중단이 시행되기까지의 구체적인 과정이다. (자료출처=보건복지부)
정부는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안착과 확산을 위한 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연명의료 중단이 시행되기까지의 구체적인 과정이다. (자료출처=보건복지부)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계기는 일명 ‘김 할머니 사건’으로 불리는데 2008년 폐암 조직 검사를 받다가 과다 출혈로 식물인간이 된 김 할머니는 회복 가능성이 사라졌고, 생명 유지를 위해 의료 기기에 의존해야 하는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고인의 평소 뜻을 따라 병원에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병원이 이를 반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사망에 임박한 환자가 인간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에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연명치료의 중단의 허용될 수 있다”라고 밝히며 존엄사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바로 대법원의 이 판결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해 서울신문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7%가 우리나라에서도 안락사 허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결국 국민 10명 중 8명은 안락사 허용을 찬성했는데, 그 이유로는 ‘죽음 선택도 인간의 권리(52.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특히 이 같은 답은 20대(67.3%), 30대(60.2%)에서 높게 나타나 젊은 세대는 안락사를 선택 가능한 또 다른 형태로 받아들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대 수명이 늘어났음에도 억지로 삶을 연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사회적 해법을 논의할 단계에 접어들었다”리며 “지금 시행 중인 연명의료결정법이 존엄한 죽음을 돕는다는 신뢰가 구축될 경우 한 걸음 더 나아간 안락사 도입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10월 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741,202건

연명의료결정제도는 2018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정부는 제도 안착과 확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과정의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도록 기준·절차를 마련해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이다.

우선 담당 의사나 전문의가 임종을 판단하며 환자와 의사의 확인이 필요하다. 이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확인서 또는 연명의료계획서가 파악되면 연명의료가 중단된다.

‘사전연명의향서’는 19세 이상이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에 관한 의사를 직접 작성한 문서로 보건소, 건보공단, 의료기관 등에서 등록한다. 이에 반해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 등의 의사에 따라 담당 의사가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사항을 계획한 문서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741,202건, 연명의료계획서 53,779건,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 125,634건이 등록됐다.

지난 10월 말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741,202건, 연명의료계획서 53,779건,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 125,634건이 등록됐다. (자료출처=보건복지부)
지난 10월 말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741,202건, 연명의료계획서 53,779건,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 125,634건이 등록됐다. (자료출처=보건복지부)

■수신자 부담 ‘1422-25’ 로 안내한다

최근에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보는 시각이 퍼지고 있으며, 고령화 사회에서 인류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은 연명의료결정제도 관련 상담 민원에 대해 원활하게 대응하고 민원인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해 수신자 부담 전화(1422-25)를 개설해 지난 1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연명의료결정제도 안내를 위해 대표번호(1855-0075, 연명치료)를 운영해 왔으나, 이번에 상담전화 이용에 따른 통신요금 부담을 완화하고자 수신자 부담 전화를 추가로 개설했다.

새로 개설된 수신자 부담 전화는 기존 대표번호보다 외우기 쉬워 연명의료결정제도 안내와 상담전화 홍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태길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이번 수신자 부담 전화 개설을 통해 연명의료제도에 관심이 있거나 이 제도를 이용하고자 하는 국민들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며 “앞으로 제도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제도 운영 상황을 세심하게 파악하고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바람직한 임종 문화가 형성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조정숙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센터장 역시 “민원인들이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해 통신요금 부담 없이 전화상담을 할 수 있게 됐다”라며 “앞으로도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접근성을 높이고,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개설한 수신자 부담 대표번호(1422-25)는 이용자의 혼선을 막기 위해 기존 대표번호(1855-0075)와 병행해 운영될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힘들때 
또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사이드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