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기본권 보장 VS 생명권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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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사이드뷰(66년만에 낙태죄가 폐지된다.)

66년간 이어져온 낙태죄가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11일 헌법재판소에서는 형법 269조와 270조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최종 결정했다. 헌재의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여전히 낙태죄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심해지고 있다. 

(이미지 출처 : 국가법렬정보센터)
출처 : 국가법렬정보센터 (여성이 낙태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다.)

형법 269조 - 여성이 낙태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

그러나 이 같은 낙태죄 규정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으로 낙태 건수를 줄이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며 폐지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는 24일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서 "낙태 급증을 막기 위해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 낙태죄 폐지 찬성 의견
“법률상 태아 기본권 근거없어…유엔도 낙태의 비범죄화 권고 “
“여성은 신체와 삶에 대한 결정권을 능동적으로 행사, 행복추구권 침해”

 

2011년 열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같은 해 7월 29일 한국 정부에 대한 최종 권고문에서 "임신중절을 한 여성들에게 부과되는 처벌 조항을 삭제할 목적으로 임신중절과 관련된 법, 특히 형법을 검토할 것을 고려하고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관리를 위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촉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후 해당 권고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2016년 9월 보건복지부는 임신중절 수술을 한 경우 최대 1년간 의사 자격 정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이 임신중절 수술 전면 중단을 선언하는 일련의 사태를 촉발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들과 시민단체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미지 출처 : 국민청원 홈페이지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8278)
출처 : 국민청원 홈페이지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8278)- 낙태죄 폐지에 대한 국민청원이 요구되고 있다.

2017년 9월 30일 시작된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한 달 만에 23만5372명이 참여하기에 이르렀고, 청와대는 공식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https://youtu.be/kaq9_yTSEso낙태법폐지 청원에 대한 답변-조국 민정수석) 또한 올해 진행된 CEDAW는 3월 9일 한국 정부에 대한 최종 권고문에서 재차 `임신중절 비범죄화`를 촉구했다. 

태아의 생명이 소중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평가에서 주체성을 인정할 것인가의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 찬성측의 주된 주장 내용이다. 여성의 선택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충돌이라는 문제가 아니며 태아의 성장 단계에 따라서 생명권의 주체성을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전하며 또한 태아는 모체를 떠나서 생존할 수 없고 모체의 건강이 태아의 건강인 만큼 여성의 사회적, 신체적 건강권의 보장이 우선 되야 한다고 피력한다. 

법적으로 낙태죄에 대한 처벌 유지를 주장하면서 기본권으로서 태아의 생명권을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설명함과 동시에 기본권 차원에서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기본권 간에 충돌이 발생하지 않고,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은 채 모든 임신중절을 처벌하는 낙태죄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재생산권, 건강권, 생명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것이 찬성측의 입장이다. 

2012년 헌재의 결정에서 기본권으로서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하는 전제하에 모자보건법에서 낙태죄 예외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침해성을 충족하여 낙태죄는 합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서 찬성 진영은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하면, 태아의 생명을 선별해 침해가 가능하다는 모자보건법은 그 자체로 위헌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 결정은 논리에 모순이 생긴다. 그리고 모자보건법은 배우자 동의를 요구해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 혼인 여부에 따른 차별을 가하고 있는 위헌 무효인 법률이기 때문에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예외 사유로는 낙태죄의 위헌성이 치유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낙태죄는 여성의 몸 일부인 태아의 생명 보호 의무를 여성에게만 지우고 있으면서 `예외 없는 처벌`이라는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이며, 폐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낙태죄 폐지 반대 의견 
“형법은 최소한의 도덕을 규정…모자보건법으로 보완 가능해”
“태아 위협은 비극이며 헌법정신을 훼손”.

 

2012년 형법 제270조(의사 동의 낙태죄)의 헌법 위반 여부가 이미 다뤄졌지만, 짧은 기간에 다시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과 제270조 제1항(의사 등 동의 낙태죄)에 대한 위헌 소원이 제기됐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낙태 논의의 경우, 항상 그 중심엔 태아가 있다. 낙태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어차피 그걸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 타인이다. 태아는 말을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찬성과 반대를 할 때 정작 피해는 태아에게만 발생하며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태아는 늘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생존하거나 희생을 강요 받는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법에서는 모든 출산을 강요하지 않으며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예외적 임신 중단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임신 지속이 건강상 위태롭거나 강간에 의해 임신했거나 친족 간 임신이거나 특정 질병에 걸리면 모두 의사의 도움으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오늘날 형법의 낙태죄는 이 법 때문에 의미가 없어졌다고 평가하는 형법학자도 적지 않다. 

 

반대측 진영에서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 정책에 대한 부분을 근거로 낙태죄 폐지가 이루어져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에서는 “우리 사회는 아직 어머니의 자녀 부양 의무를 선호한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현대 법 원리와 맞지 않는다. 현대의 법은 자녀 양육이 양성 모두 또는 사회 전체 책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성을 애 낳는 도구 정도로 보는 미성숙한 인식과 정책에 대한 분노가 논쟁을 촉발하는 배경으로 보일 때도 있다. 그 외곽에는 참담한 여성 및 노동 현실도 놓여 있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기대는 여성을 사회적으로 단절시킬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현실을 개선하는 것은 형법상 낙태죄 규정을 폐지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형법은 언제나 본질상 최후 수단이다. 다른 수단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것만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 형법은 원칙적으로 시민들이 효력을 다투는 영역이 아닌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을 근거로 하고 있는 법이다. 공동체의 도덕과 윤리 기준이지, 타협 대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는 개인 간 권리 침해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규범 위반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려면 먼저 왜 타인에 대한 생명 침해인 낙태를 비난할 수 없는지 설명해야 한다. 낙태죄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첫째로 형법은 가장 약한 존재를 보호해야 하고, 둘째 절도나 손괴 같은 형법적 금지와 비교해서 낙태는 결코 가벼운 현상이 아니며, 끝으로 도와달라고 말조차 할 수 없는 생명을 바라보는 인간적, 윤리적 도의를 근거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출처 : 이미지투데이(청와대 관련 이미지)
출처 : 이미지투데이(2020년 12월31일까지 낙태 관련 법 개정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헌재의 결정 이후에도 낙태죄 폐지에 대한 찬반양론은 심화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양측의 주장 모두에서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서 피해를 입는 주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7년만에 바뀌게 된 낙태죄에 대한 헌재의 판단으로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낙태 관련법을 개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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