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가 노동조합의 역대 최장 파업 여파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국내 완성차 5개 업체 중 유일하게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타결 하지 못하기도 했다. 내수 판매 부진과 신차의 부재, 여기에 노조파업의 장기화로 인해서 손실 규모가 더욱 커져 르노삼성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르노삼성만의 것이 아니다. 르노삼성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 갈등이 약 7개월째 이어지면서 부산 및 경남지역 협력업체들 역시 말 그대로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작년 10월 이후 노조 부분 파업이 52차례(총 210시간)에 달하며 이로 인한 약2천억원대 손실이 협력업체로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생산량의 49.7%를 차지하는 일본 닛산의 SUV ‘로그’ 수탁생산 물량이 40% 줄고, 차량 판매도 30% 안팎 감소해 ‘생산 절벽’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결 기미 조차 보이지 않아 르노삼성의 협력업체는 물론이고 부산/경남 지역 경제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 사이드뷰 / 자료 : 르노삼성 (노조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협력업체로 고스란히 전이되면서 생산 절벽에 처해 있다.)

 

르노삼성 노조 파업이 협력업체에 더 치명적인 것은 예측불허의 부정기 파업이라 미리 생산 조정 등을 통해 대비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노조에서 파업 일정을 전날 또는 당일에야 공개하는 상황이라 협력업체의 직원들이 출근했다가 노조의 파업 날짜에는 일감이 없어 시간을 헛되이 보내게 된다. 이로 인해서 협력업체의 인건비 부담은 더욱 늘어만 가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르노삼성-노조 간의 파업을 ‘갑질 파업’이라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르노삼성 관련 자동차 핸들 부품 납품 하청업체직원(김형철/42)과 인터뷰에서 "최근 일부 협력업체에서는 차라리 셧다운(공장의 가동중단) 조치를 취해달라고 호소할 정도이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 사이드뷰(하청업체 직원 인터뷰 중)
출처 : 사이드뷰
(르노삼성 관련 자동차 핸들 부품 납품 하청업체 다니는 직원 김형철씨가 고충을 토로 하고 있다)

 

점입가경으로 르노삼성에서는 이달 하순 즈음 부산공장을 5일간 문 닫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공장을 가동 해 봤자 재고만 누적된다는 것이 그 이유. 이미 70%로 내려간 가동률이 하반기에는 50% 밑으로 더 추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닛산의 로그 생산 계약이 오는 9월이면 종료되며, 르노 본사는 신차(XM3)를 스페인공장에서 생산키로 가닥을 잡고 있다. 

판매부진과 가동률의 저하로 공장이 폐쇄되는 한국GM군산공장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르노삼성에 핸들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협력업체의 직원(김형철/42)은 인터뷰 과정에서 "장기적인 파업이 그 누구도 승자로 만들지 않는다. 회사는 실적 악화로, 근로자는 수당의 감소, 고용 불안, 협력업체에서는 도산의 위기로 생계의 위협을 느껴야 한다. 과거 파업이라는 행위는 ‘약자의 마지막 방어수단’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강자의 갑질 수단으로 변모해버렸다"는 것이 하청업체 직원의 이야기다. 이와 함께 "갑질 파업으로 인해 진짜 약자인 협력업체, 나아가 지역 상인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아무리 자유시장 경제 체제라고 해도 회사와 협력업체, 지역경제가 모두 공멸하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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