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윤진욱 기자(화곡동 고층 건물에서 내려다본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의 전경.)
사진 : 윤진욱 기자(화곡동 고층 건물에서 내려다본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의 전경.)

“우리 동네가 전세사기 왕국이라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까치산 시장. 시장에서 만난 다수의 상인은 현재 화곡동 일대가 전세사기 피해지역으로 변질된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기자와 만난 까치산 시장에서 만난 상인 60대 여성 김씨는 “제가 화곡동에서만 살아온 토박이”라고 소개하며 “예전에만 해도 우리 시장은 활력이 넘쳤는데 요즘엔 하소연하는 고객들이 많아서 속상하다”고 했다.

김씨는 “그 언젠지는 몰라도 ‘신기남(제15대·17대·19대 강서갑 국회의원)’이랑 ‘구상찬(제18대 강서갑 국회의원)’이랑 (국회의원을) 할 때만 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요즘 하도 집 문제로 사기 당한 분들이 많아서 그 영향이 시장까지 미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시장에서 만난 또 다른 상인 70대 남성 박씨는 “나는 정치의 관심이 많은 사람인데 전세사기는 정치보다는 행정의 문제”라며 “그간 구청장을 10년 넘게 민주당에서 했는데 꼴이 이게 뭔지 모르겠다. 내 친구의 자녀도 전세사기를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시장 상인들의 우려처럼 현재 화곡동 일대는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 지역이라는 오명의 꼬리표를 달았다. 이를 증명하듯 법원경매정보를 살펴보면 강서구 화곡동에서는 약 230채의 주거용 건물이 경매매물로 나왔다. 이중 200채가 넘는 주거건물은 빌라 및 오피스텔인 것으로 확인됐다. 화곡동 일대는 서울의 다른 지역과 달리 적색으로 표시되는 경매·공매 매물로 뒤덮이기도 했다.

출처 : 법원경매정보(화곡동 인근 감정평가액 5억원 이하 경공매 지도 일부분.)
출처 : 법원경매정보(지난 1월 말 화곡동 인근 감정평가액 5억원 이하 경공매 지도 일부분.)

이를 보여주는 경매지도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많은 이들의 당혹감을 자아냈다. 자본 없이 세입자 보증금으로 건물을 짓거나 사들여 임차인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이른바 ‘전세사기’는 지난 2022년 본격적으로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화곡동은 지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빌라왕’으로 불리던 범죄세력이 약 1000채의 주택을 임대하는 등 활동을 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선지 이곳 화곡동이 위치한 정치적 지역인 서울 강서갑에 출마한 정치인들은 ‘전세사기 해결’을 강조하고 나섰다. 

집권당 소속 구상찬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는 최근 출마선언 및 개소식 현장에서 전세사기 근절 의지를 연일 피력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 출마선언 기자회견 땐 “12년간 민주당이 손 못 댄 ‘전세사기’ 확 밀어버리겠다”고, 지난 15일 캠프 개소식 땐 “강서의 자랑이던 화곡동은 ‘전세사기 왕국’으로 전락했고, 강서 리빌딩을 위한 고도제한 완화는 제자리걸음 중이며 불합리한 주거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종상향도 답보 상태”라고 지역 현안을 언급했다.

강서갑 지역구 현역인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은 ‘선구제 후회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대변인을 역임 중인 강선우 의원은 지난달 2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길바닥에 내쫓기지 않기 위해 비가 새고, 곰팡이가 가득해도 수리조차 할 수 없는 집에 사는 것이 2024년의 대한민국이 맞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까치산 시장에서 만난 다수의 시민들은 선거 후 정치권에서 민생에 힘써주길 기대했다. 화곡2동 거주 30대 후반 남성 장씨는 “이번엔 여든 야든 정치인들이 정말 민생을 돌봤으면 좋겠다. 전세사기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 현안을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까치산 시장에서 만난 발산동 거주 70대 여성 강씨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강서는 줄곧 특정 정당이 당선됐던 곳”이라며 “나 역시 줄곧 그 정당만 찍었는데 요즘엔 정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어찌됐든 이제는 정치권이 제발 민생에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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