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마을’ 고흥서 ‘봉사마라톤’ 펼치는 류남진 면장
“고흥, 사람으로 비유할 때 ‘고령화’ 지병 앓아… 봉사로 원인 분석 중”
“본인 포함한 많은 고흥 군민들은 고령화마을에 따른 슬픈 가정사 겪어”
“내가 자란 고향 위해 이로운 일 지속하면 변화 있을 것으로도 믿어”

출처 : 사이드뷰 (류남진 고흥군 대서면장이 사이드뷰와 5일 대면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출처 : 사이드뷰 (류남진 고흥군 대서면장이 사이드뷰와 5일 대면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전남 고흥’은 우리나라 우주과학의 요지로 불리는 국가전략요충지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개발이 이곳 고흥에서 이뤄진 점이 하나의 사례다. 하지만 고흥의 이면을 살펴보면 전략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고령화’됐음을 알 수 있다. 작년 정부자료에 따르면, 고흥군의 인구는 매년 1000명씩 감소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40.4%를 차지해 전국 기초단체 중 ‘고령화 1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고령화를 해소하기 위한 인구유입 정책의 시급함은 물론,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노인계층을 위한 ‘돌봄서비스’ 등 복지 캠페인의 중요성을 고흥군이 직면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직접 현장에 나서 구슬땀을 흘리며 노인봉사 보폭을 넓히는 공무원이 <사이드뷰> 시선에 포착됐다. 바로 류남진 고흥군 대서면장이다. ‘작은마을’ 고흥에서 노인봉사 활동 및 고령화 해소에 고군분투 중인 류 면장의 일화는 수도권 내 사회복지단체 관계자의 소개로 접하게 됐다. 그의 행보는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이미지의 공직사회를 바꾸는 하나의 일환이기도 했다. ‘고령화 1위’ 고흥군에서 그는 어떤 연유로 봉사 행보를 걷게 됐는지 관심이 갔다. 또 그가 생각하는 노인복지의 길 역시 궁금했다.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5일 대서면사무소에서 류 면장을 만났다. 

다음은 본지와 류남진 대서면장이 나눈 일문일답.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고흥에서 태어나 고흥에서 한평생을 동거동락한 류남진 대서면장이다. 지난 1991년 광양농업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해 1992년 2월 고흥군청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발을 내딛었다. 약 30년 공직의 길을 걸었고 올해 농업사무관으로 승진했으며 1월 초 면장에 부임했다. 내년 12월엔 퇴직을 앞두고 있다.”

-고흥은 ‘과학의 요지’라는 별칭뿐 아니라, ‘고령화마을’이라는 꼬리표가 뒤따르고 있다. 뚜렷한 명암을 지닌 고흥의 수식어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고흥은 ‘우리나라 과학의 요지’답게 지난달 21일 나로센터에서 누리호(한국형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 이는 국내 대도시들과 비교할 때 고흥이 ‘우주과학분야’를 선도하는 긍정적인 차이이자 사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흥을 사람으로 비유할 때 고령화라는 지병을 앓고 있음도 부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고령화라는 지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고흥은 우주과학을 골자로 한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고령화를 완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다양한 현장 경험을 접하고 있다. 고흥에서 진행 중인 노인봉사 역시 그 일환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출처 : 사이드뷰 (류남진 면장이 고흥군의 고령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 : 사이드뷰 (류남진 면장이 고흥군의 고령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고흥에서 장기간 봉사활동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그리고 봉사의 이유가 단순히 ‘고향’이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저는 현재 대서면장직을 수행하고 있으나, 인근지역인 과역면에서 태어났다. 아까 질문에서 언급됐듯 고흥을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고령화’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제다. 고흥에서 태어난 본인은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가슴 아픈 사건사고들을 여러 번 접했다. 

잠시 제가 겪어야 했던 가정사를 언급하자면, 부모님은 고흥에서 삶을 시작해 고흥에서 눈을 감으셨다. 부모님은 지병을 앓으셨다. 하지만 ‘고령화마을’ 고흥의 의료서비스는 부모님의 지병을 돌보는데 부족했다. 만약 부모님께서 고흥이 아닌 대도시에서 사셨다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으셨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이러한 안타까움은 본인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닐 것이다. 현재 고흥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겪는 일일 것이다. 그뿐인가. 고령화마을인 고흥에서는 다양한 문제점이 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에 고흥 곳곳을 다니면서 현장 봉사를 통해 고흥이 고령화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어떤 체질 개선을 해야 하는지 찾아내고자 한다.”

-기억에 남는 봉사가 있다면.

“지난 4월15일 우리 대서면 마을의 100세 어르신이 사시는 집에 간 적이 있다. 그 어르신의 안부를 살피기 위해 찾아뵙는데, 코로나로 인해 어르신께서 마을회관에 다니시지 못하고 이웃간 왕래가 줄어드는 고충을 알게 돼 가슴 한 구석이 쓰렸다. 어르신가정의 돌봄 서비스를 위해 우리 면과 지방정부에서 어떠한 실용적인 정책을 실현할 수 있을지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지난 9월2일 중점사례관리대상자로 저장강박증을 앓고 계신 화천마을 어르신가정의 돌봄 서비스 행보에 참여한 점을 꼽고 싶다. 당시 1톤 화물차 분량의 생활쓰레기를 정리했고, 노후 전선 교체, 싱크대 교체 등 작업을 함께 했다.

사실 기억에 남는 봉사를 언급하는 것은 본인에게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동안 행했던 모든 봉사가 소중했기 때문이다. 본인은 공직에 입문하면서부터 소소하게 봉사를 꾸준히 해왔다. 서울의 한 사회운동가가 본인의 얘기를 들려줬다는 점에 대해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하고 ‘더욱 책임감 있게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출처 : 사이드뷰 (류남진 면장이 사이드뷰와 인터뷰 도중 미소를 띈 모습이다.)
 출처 : 사이드뷰 (류남진 면장이 사이드뷰와 인터뷰 도중 미소를 띈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본 책이나 영화가 있다면.

“‘브라질의 문호’로 불리는 파올로 코엘료 작가의 저서 ‘연금술사’가 기억에 남는다. 연금술사는 ‘아름다운 문체들이 책의 시작과 끝을 전부 장식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만큼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귀감이 되는 글귀들이 가득하다는 얘기다. 연금술사 속 좋아하는 문구로는 ‘마크튭’이란 우주의 언어다. 이 말은 ‘결국 그렇게 될 일이다’ 및 ‘원하는 것을 이룰 것’을 함축한 말이다. 본인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의지에 따라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음을 뜻한다. 

이를 가슴 속에 새기면서 내가 자란 고향, 많은 추억이 깃든 고향인 고흥을 위해 이로운 일을 계속 행한다면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도 믿고 있다. 내가 고흥에서, 대서면에서 노인봉사를 비롯해 봉사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지역 주민들과 더 깊은 교감을 나누는 면장이 되고자 한다. 연장선상으로 향후 봉사계획을 말하자면, 다음주부터 지역청년회와 협동으로 마을 노인 분들의 벼수매 매상 상하차 이동을 대행하는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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