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뜨거움은 분노로 이어졌다. SBS의 드라마 ‘조선구마사’와 관련된 최근의 국내 상황이다. 한국만의 고유의 정서에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좀비’라는 소재로 넷플릭스에서 인기 고공 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 ‘킹덤’의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입에서 입으로 퍼진 소문으로 많은 시청자들이 생겨났고 특히 작년부터 이어진 코로나19의 여파로 더욱 많은 팬들이 생겨난 작품이다. SBS의 ‘조선구마사’는 그 시작부터 ‘킹덤’의 아류작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 표절, 아류작이라는 인식을 넘어 ‘중국에게 바치는 작품’이라는 의견까지 나돌고 있다. 물론 현재 해당 드라마는 방영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드라마의 시청에서 특히 사극의 경우에는 극본가, 작가의 상상력이 일부 동원되어야 할 것임에 분명하다. 현재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역사적 문헌에는 제한이 있으며 드라마와 같이 모든 인물의 상황과 감정 등을 정확하게 묘사하지 않은 탓에 (결과)에서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은 해당 인물의 성격이나 국내외 정세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왕이 충신에게 사형을 내렸고 언제 어디서 충신이 사망하였다 라는 문헌의 기록만을 가지고 작가 또는 극본가는 사형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왕의 안타까움, 사형을 받아들이는 충신의 마음, 흘리는 눈물 등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사극이 만들어지기 힘든 부분으로 작용하기도 하며 그만큼 고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한 강경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한 강경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SBS의 ‘조선구마사’는 왜 이렇게까지 비난을 받아야 할까? 역사 왜곡, 고증의 실패는 많은 드라마에서도 지적되는 문제이긴 했다. 재미를 위한 허구적인 스토리텔링의 진행에서 보다 극적인 상황 연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전 요소, 휴머니즘의 강조(신파 등)를 위해 역사 속의 실존 인물에게 더욱 우습고 다소 말이 안되는 모습을 그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연출적 요소에는 어디까지나 사실을 훼손하지 않는 ‘적정선’이 있어야 한다. 동일 방송사의 2011년 작품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세종에 대한 괴팍한 묘사는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중심으로 인물 사이의 감정, 서사를 잘 표현하여 호평을 받았다.

조선구마사는 이 적정선을 넘었다. 아니 아예 없었다고 봐야 한다. 드라마의 중심인물인 태종은 백성을 잔학하게 도륙하는 폭군으로 묘사되었고 세종은 말에 떨어지고 형제들에게 뒤쳐져 패배감에 사로잡힌 무능한 인물로 연출됐다. 태종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자면 조선을 건국할 당시, 고려의 불교에 대한 불신도 컸기에 태종은 유교를 숭상하는 나라를 건국했다. 전국의 사찰을 폐쇄하고 불교를 억제하면서 비기, 도참 사상을 금지시키는 등 미신타파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태종이 악령에 넋이 나가 백성을 죽인다는 설정은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다. 이러한 부분 외에도 실명 명시의 오류, 실제 인물에 대한 고증 실패 등 조선구마사는 역서적 왜곡이 너무나 심한 드라마이다.

아마 단순 역사적 왜곡이 이 드라마가 가지는 단점의 전부였다면 조기 종영이라는 결과까지 나오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조선구마사에서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의심케 하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등장하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장면은 충녕대군이 서양 신부를 접대하는 장면으로 기녀들이 있는 술집을 찾아 중국식 안주에 중국식 술을 마시는 장면이다. SBS측의 해명 내용에서는 중국과 가까운 의주 지방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의주 지방은 홍화진이라고 부르며 이미 고려 성종 12년, 993년, 이른바 ‘서희의 담판’으로 수복한 영토이다. 조선은 1392년 공양와의 옥새를 이성계가 받아 들여 왕조가 시작되었고 1393년 국호를 조선으로 정하고 1394년 한양을 도읍으로 했다. 즉 의주 지방은 이미 약 400년간 우리 민족의 땅이었음에도 단순히 가까웠기 때문에 중국의 음식을 먹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더욱이 접대를 위해 찾아간 술집의 기녀들은 한복을 제대로 입고 있었다. 의복은 바뀌지 않고 먹거리만 바뀐다는 설정부터가 허점투성이다. 해당 장면만으로도 작가가 우리나라의 역사와 중국의 역사를 혼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논란이 되는 장면은 더 많지만 최영 장군에 대한 장면도 충격적이다. 극중 사당패의 일원이 최영 장군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최영은 충신이 아니다’ 라는 내용의 대사를 연변족 사투리로 그려내고 있다. 문제는 당시의 상황에서는 연변족 사투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선 국권 피탈기, 일제강점기 시절 국내에서 버티지 못한 조선인들이 간도지역으로 유입되었고 그곳에서 생활을 하게 되면서 점차 나타나게 된 것이 연변 사투리이다.

문제는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조선족의 많은 문화를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동북공정을 진행해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변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당패가 등장하는 드라마이다. 사당패, 농악무, 놀이패 우리 고유의 문화로 경상도나 전라도 어디에도 있었는데 왜 하필 연변 사투리였을까. 중국이 인류무형유산에 ‘조선족의 농무’를 자신의 것으로 등재시킨 것을 작가는 알고 있었을까? 오해의 소지가 큰 대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한 강경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한 강경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SBS의 조선구마사는 종영되었다. 이제와서 장면 장면을 뜯어보고 논란을 크게 가중시킬 필요도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알게 모르게 조금씩 침투해오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2015년 SBS에서 ‘육룡이 나르샤’이 방영될 당시에도 중국 사극이라는 논란이 있고 말도 안되는 전개에 악평도 있었지만 ‘퓨전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으로 묵인되었다. 책보다는 영상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현재의 풍토에서 일부 분별력이 부족한, 없는 사람들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실제 역사를 배울 수도 있다. 실제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이후 무휼이라는 인물이 실존 인물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한복공정, 김치공정에 이어 이제는 드라마까지 진출한 중국. 중국의 거대한 자본력에 의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침식당하게 되고 이에 대한 분별 없이 가만히 있는다면 언젠가 중국이 ‘남대문은 사실 중국의 것이다’ 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동북공정 만큼은 정치적 이념, 지역적 갈등을 떠나서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맞서야 하는 국가단위의 움직임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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