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SK와이번스와 한화이글스의 시합에서 아쉬운 판정이 나왔다. 한화의 주장 이용규는 3-4로 뒤진 9회말 1사 1루의 긴박한 상황 중 1볼에서 낙하하는 변화구에 스윙을 하다 멈추었다. 오훈규 주심을 이 스윙을 배트가 돌아갔다는 판정을 내렸지만 이용규는 거세게 항의했고, 3루심에게 판단 요청을 했지만 오훈규 주심은 3루심에게 묻지 않고 헛스윙판정을 내렸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주로 위와 같은 오심, 석연치 않은 판정에서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다. 하지만 국민적 자존심과 관심이 집중된 국가대항전 등의 국제 스포츠경기에서 오심은 그저 묵묵히 받아들일 수 만은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더욱이 기술 발달로 과거와 달리 정확한 판정 근거가 있는 상황이라면 오심을 경기의 일부로 인정하기란 더욱 힘들다. 

육상과 수영 등 기록경기에서 디지털장치가 활용되기 시작했고, 1초에 서너번 공격이 이뤄지는 펜싱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때부터 전자채점장비가 도입됐다. 심판도 판단할 수 없는 순간적 찌르기를 센서가 감지해 채점한다. 잦은 판정 시비와 올림픽 퇴출론이 제기되던 태권도도 2011년부터 전자호구 시스템을 도입해 자동채점을 하고 있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 (펜싱과 같은 종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람이 아닌 기계의 도움으로 시합을 판단하고있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 (펜싱과 같은 종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람이 아닌 기계의 도움으로 시합을 판단하고있다.)

축구와 야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전통적 구기종목에도 비디오 판독을 위한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2006년 세계 4대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테니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인 ‘호크아이’가 처음 도입됐다. 초기에 호크아이는 심판 판정에 불복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때만 사용되는 심판의 보조도구였으나, 2017년 11월 이탈리아 넥스트젠 파이널 대회에서는 심판 10명 중 선심 9명을 아예 호크아이로 대체했다. 모든 공의 인아웃을 로봇심판의 판단에 맡긴 것이다.

FIFA 역시도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호크아이와 유사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 활용을 부분적으로 시작했고, 오심 논란이 많은 오프사이드, 승부차기 등으로 비디오 판독을 확대해 2018년 러시아월드컵부터 본격 도입하였다.

판정 논란 및 오심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는 야구에서는 오래전부터 로봇심판 도입 시도가 있었다. 1950년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제너럴일렉트릭과 LA다저스팀의 협업으로 금속물질을 바른 특수야구공과 전자시스템을 통한 로봇심판을 개발했으나, 비싼 비용과 잦은 오류로 포기했다. 2017년도에는 미국 10여개 마이너리그에서는 로봇심판 ‘엄패트론 1000’이 사용되었는데 스트라이크 여부 판독에서 인간심판보다 약 25% 더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 (야구 등의 구기 종목에서 비디오를 활용한 보조적 역할 외에 주심의 역할을 AI,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 (야구 등의 구기 종목에서 비디오를 활용한 보조적 역할 외에 주심의 역할을 AI,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2020도쿄올림픽에선 인공지능시대를 실감하게 할 로봇심판의 등장이 예고되어 있었다. 국제체조연맹은 일본의 정보기술업체 후지쓰와 손잡고 체조용 인공지능 심판을 개발해 올림픽 대회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제체조연맹은 2017년 10월 캐나다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에서 비디오와 레이저, 각종 센서로 동작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체조로봇 시스템을 시연하기도 했다. 브루노 그란디 煎 국제체조연맹 회장은 영국 <가디언>과 한 회견에서 “하루 8시간 일하는 심판은 집중력과 판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든데 컴퓨터는 다르다”고 말했다.

사실 체조, 피겨, 음악 콩쿠르처럼 예술과 기술 성취를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종목은 구기종목, 격투 종목과 다르게 판정의 편파성과 오류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 때문에 복수의 심판이 참여해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나머지 값을 평균하는 방식으로 판정하는 구조로 채점을 한다. 다만 2020년 도쿄올림픽이 개최가 2021년 7월로 연기되면서 로봇심판에 대한 판단은 후일로 미루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4차산업시대의 도래, 인공지능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근래의 팬데믹 이슈로 언텍트시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스포츠 분야의 AI, 로봇심판 도입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센서와 비디오가 심판의 호루라기와 깃발을 점점 대체하는 상황에서 로봇심판이 주심 역할마저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찬반 논란은 매우 뜨겁다.

많은 경기 종목에서 선(line) 위반을 판단하는 선심 역할은 호크아이와 같은 디지털 비디오에 대체될 수 있지만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고 경기 흐름 속에서 최종적 판단을 순간적으로 해야 하는 주심 역할까지 기계로 대체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앞으로 주심은 선심들과 협업하는 대신 로봇심판의 정보를 기반으로 경기 상황에 적합한 판정을 하는 최종결정권자가 될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공에 센서를 부착해 구기종목도 기록경기처럼 기계가 승부를 결정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계를 보조적으로 활용하고 최종 판단은 여전히 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기대하는 선수 또는 스포츠팬들도 존재할 것이다. 이는 스포츠 분야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직무에서 기계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자동화가 이뤄지겠지만 최종 판단은 로봇이 아니라 로봇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사이드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