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주 최대 12시간 근로시간 제한 등 개편안 추진
52시간 근무제 유연화, 사실은 69시간 근무연장

출처 : 이미지투데이 -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정부는 ‘근로시간 개편방안’을 추진 중이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 -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정부는 ‘근로시간 개편방안’을 추진 중이다)

윤석열정부는 지난달 주52시간제를 유연하게 개편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1주 단위로 관리하던 주 최대 근로시간을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주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특정 주는 52시간보다 많이, 또 어떤 주는 52시간보다 적게 일할 수 있게 되는데, 윤석열정부는 ‘집중이 필요하고 바쁜 시기에는 일을 많이 하고, 쉴때는 더 여유롭게 푹 쉬자’라고 설명한다. 기타 문제의 발생을 위해서는 11시간 연속휴식 의무, 주 최대 근로시간 상한 등을 설정하여 근로자의 건강 문제 등을 보호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현재 운영되는 주52시간제는 1주 단위 기본근로시간 40시간에 더해서 연장근로가 최대 12시간까지 허용되는 근로방식이다. 개정안은 주 단위의 관리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하는 것이다. 만약 월 단위의 관리가 된다면 한달 최대로 연장근로가 가능한 시간은 52시간이 되며 결과적으로 총 근로시간이 늘어나지는 않지만 특정한 주에는 지금보다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할땐 팍!, 쉴땐 푹!’이라는 방식으로 일을 하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집중근무 이후 장기 휴가가 가능할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물론 정부에서는 장기휴가를 현실화하기 위해서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라는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한다. 지금도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해 임금 지급 대신 휴가를 부여하는 보상휴가제도가 있지만 유명무실한 시스템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적립, 사용법, 정산 원칙 등의 법적 기준을 마련하여 집중근무 및 장기 휴가 등의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근로시간 저축개념을 도입하며 이외에도 단체휴가나 사간 단위 연차, 10일 이상 장기 휴가 등의 문화를 확산시키고 연차 휴가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당장에 이루어지긴 어려운 상황이다. 여론의 반발이 너무 심한 것이 이유 중 하나로 정부는 기한에 구애받지 않고 의견수렴을 당분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노동계, 근로자들은 이번 개편안이 노동시간을 과거로 회귀시키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의 경우,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체계가 고착화된 국내 현실에서 낮은 조직률로 대부분 상버장에 조합도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업무지시를 거절할 수 없는 노동시간 자율선택권 확대는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일례로 IT, 게임산업 분야의 경우에는 정부의 취지와 다른 방식으로 근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만약 한 게임업체에서 새로운 작품의 출시일을 위해 연장근로시간 기준을 광범위하게 잡으려해도 노동자의 합의가 필요한 일이라 노조를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며 최근 몇 년간 코딩 등의 개발자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기업의 입장으로는 근로자에게 보상과 휴가를 더 주어야 하는 추가근무 요청도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즉 정부의 설명에 따른 특정시기에 오랜 기간 일을 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휴식과 보상을 챙길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미 어느 정도 휴가, 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기에 근로자는 공짜 야근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규모가 큰 기업의 이야기일 뿐, 노조가 없거나 규모가 작은 기업은 주52시간제에서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말 뿐인 선택으로 사실상 주69시간 노동 강제’라는 이야기가 불거지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 아래 어떠한 제도나 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 모두가 완벽하게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부가 밝힌 취지는 어쩌면 이상만을 쫒는 무리수가 아닐지, 사업분야 및 업종의 특성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한 적절한 제도인지 다시 한번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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