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구원자, 나의 슈퍼맨, 나의 삼촌 이야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와 씻고 누웠을 때, 드라마를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을 때가 있다. 야식과 함께 하루를 여느 때와 같이 평범하게 마무리하고 싶을 때 추천할 만한 드라마가 있다. 오늘 소개할 드라마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드라마 ‘엉클’은 TV조선에서 작년에 방영을 마친 작품이다. <엉클>은 각색된 작품으로 영국 드라마 <UNCLE>이 그 원작이다.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9.3%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출처: '엉클' 공식영상의 예고편 캡쳐
출처: '엉클' 공식영상의 예고편 캡쳐

이 작품을 보게 된 데에 특별한 계기는 없다. OTT 플랫폼 중 하나인 ‘웨이브’를 둘러보다가 추천하는 드라마 목록에 떠 보게 되었다. 그동안 웨이브가 추천해줬던 작품들 중 내 흥미를 끄는 데에 실패한 적이 없었기에 이번에도 믿고 봤다. 그리고, 역시는 역시였다. 내 예상대로 나의 취향을 정확히 공략했던 작품이었고, 그렇게 내 인생작이 되었다.

<엉클>은 왕준혁(오정세)이 본인의 누나인 왕준희(전혜진)로부터 조카 민지후(이경훈)를 보호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왕준희는 시어머니와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해 알코올로 하루하루를 보냈고, ‘알코올 중독’이라는 병을 얻게 되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판단한 왕준희는 아들 민지후를 데리고 집을 탈출한다. 시어머니는 본인의 전리품으로 손자를 내세우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엄마로부터 양육권을 뺏어오려 하고, 왕준희와 왕준혁은 빼앗기지 않으려 이에 맞선다.

한 회, 한 회가 거듭될수록 삼촌과 조카 사이는 가까워지고, 애틋해진다. 특히, 이런 감정선들은 노래로 이어지는데, 둘의 사이가 가까워졌을 때, 듀엣곡을 부르기도 하고, 떨어져 있을 때는 서로를 생각하며 쓴 자작곡을 부르며 그 마음을 드러낸다. 중간, 중간 이 둘이 함께 부른 노래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마치 실제 그 자리의 관객이 된 것 같은 감동과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출처: '엉클' 공식영상 캡쳐
출처: '엉클' 공식영상 캡쳐

또한, 어차피 엄마가 나중에는 양육권을 차지하게 될 거라는 뻔한 스토리가 예측되지만, 그 과정에서 양측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장면들과, 생각지 못한 기발한 신들로 뻔함 속에서 FUN 함을 찾을 수 있다. 드라마 <라켓소년단>이 큰 사건이 일어날 듯 전개를 가져왔다가 이내 분위기를 반전시켜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등 뻔한 클리셰를 비틀어 시청자들에게 더 큰 재미를 준 것처럼 말이다.

이 드라마는 이전 한국 드라마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요소들이 다 총출동한다. 예를 들어, 한때 우리나라에 붐을 일으켰던 스카이캐슬이나 펜트하우스, 또는 최근에 종영한 그린마더스클럽에 나왔던 학벌, 임대주택, 교육열 등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전 드라마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위 이야기를 풀어나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아닌, 오히려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가정 폭력과 이혼가정의 이야기도 녹여져 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드라마 <소년심판>에서도 가정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어 화제가 됐었다. 이처럼, 가정 폭력과 관련한 문제들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미디어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을 다룬 장면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가정들의 모습을 희화화하지 않고 자세히 담음으로써 우리나라 현실의 문제들을 그대로 드라마 속에 투영했다. 실제로 주변에서 일어날법한 이야기들로 보는 이들에게 위로를 주기도, 힘이 되기도 했다.

출처: '엉클' 공식영상 캡쳐
출처: '엉클' 공식영상 캡쳐

이 작품에서 최대의 장점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OST다. 가히 ‘오정세’의 원맨쇼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왕준혁 역을 맡은 ‘오정세’는 코믹과 멜로, 휴머니즘을 넘나드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뿐만 아니라, 현실 엄마이자 가정 폭력 피해자, 알코올 중독 환자를 다 찰떡같이 소화해낸 전혜진, 나타날 때마다 짜증을 유발할 정도로 연기를 잘한 악역, 치맛바람이 센 엄마 역할을 맡은 조연들, 마지막으로 아역들까지 하나같이 다 연기력이 뛰어났다.

특히 극 중 가수 역을 맡은 오정세의 노래 장면들로 드라마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가사가 드라마에 녹여짐으로 인해 드라마를 보면서 힐링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클리셰가 많아 뻔하게 전개되는 스토리라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삼촌과 조카의 감정선을 볼 수 있는 듀엣신들로 결코 단조롭게 흘러가지 않는다.

쉼의 시간이 없는 바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엉클>은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울 수 있는 쉼을 주었다. 우리의 삶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더 나은 하루를 살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하정 객원기자

* 이하정 객원기자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에서 언론을 전공 중인 예비언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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