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종합법률사무소공정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변호사, 황보윤 대표 변호사)

최근 몇 년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 크게 개정된 것이 있었는데 먼저 2018.1.16. 개정된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기술 자료의 인정범위를 현행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자료에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한 것으로 변경하고, 둘째, 하도급대금 조정 신청·협의 대상 사유를 현행 ‘원재료의 가격 변동’에서 ‘목적물 등의 공급원가의 변동’으로 확대하고, 셋째,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사업자가 기술 자료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행위 등을 부당한 경영간섭의 한 유형으로 간주한 것이다. 그리고 2019.10.31. 개정에서는 공사기간이 연장되거나 납품시기가 늦어지는 경우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증액해 주거나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에 대한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2020.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업체 보호 강화를 위해 “하도급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하도급 갑질을 일삼는 원도급업체에 대해 과징금을 최대 1.5배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하도급대금이 부당하게 감액된 경우 하도급업체가 부당 감액된 대금 지급을 원도급업체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 등 8개 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 제·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모두 하도급거래에 있어 불공정한 행위를 예방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일련의 개정안들 중, 하도급업체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는 기술 자료의 인정범위를 넓힌 것과 조정 신청·협의 대상 사유를 ‘원재료의 가격 변동’에서 ‘목적물 등의 공급원가의 변동’으로 확대한 것 정도로 보인다. 

현행 하도급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원사업자는 하도급업자에 대해 기술 자료의 제공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고 기술 자료를 요구할 경우에라도 요구목적, 비밀유지에 관한 사항, 권리귀속 관계, 대가 등을 기재한 서면을 하도급업자에게 주도록 되어 있는데, 이때 기술 자료의 인정범위와 관련하여 원사업자와 하도급업자 간에 다툼이 간혹 발생되는 경우가 있고 나아가 특수 공사의 세부 도면이나 공사 노하우가 담긴 자료 또는 하도급업자 스스로 개발한 기술이 담겨있는 자료에 관한 소유권 분쟁이 발생하거나 기술탈취 논란이 벌어질 때에도 어느 범위까지 하도급업자의 기술 자료로 볼 것인지에 대해 그 인정범위를 다소나마 확대시킨 점에서는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또한 임금 또는 공공요금의 상승 등으로 원가가 변동되었을 때도 하도급대금에의 반영 여부가 문제 되어 왔었는데, 이 번에 이에 관해 명문으로 규정함으로써 다툼의 소지를 없앤 점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하도급 현장의 실상과 하도급 사건의 처리 실태를 보면, 이 정도의 개정을 갖고 얼마나  하도급업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기술 자료의 인정범위와 관련해서 ‘상당한 노력’에서 ‘합리적 노력’으로 표현만 바뀌었지 현실적으로 얼마나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결국 법 개정 취지를 제시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구체적 사안마다 그 인정범위의 폭을 판단하게 하고, 관련 판결례에 따를 수밖에 없는데 시일이 걸리는 만큼 하루가 급한 하도급업자에게는 한가한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과징금 부과기준 상향과 관련해서도, 하도급법 제정 이래 오랜 기간이 흐르면서 공정위의 조사 방식이나 처리결과에 대한 학습효과에 따라, 상당수의 원도급업체들은 공정위를 그리 두려워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전체 하도급법 위반 사건 중에 과징금이 부과되는 사례가 그리 많지 않아 설사 과징금이 부과된다 한들 그러한 과징금에 비해 원도급업체가 대금 미지급 등으로 누리는 이익이 큰 경우가 많다. 이러한 면을 보면 과징금 부과기준이 강화가 된다 하여 얼마나 하도급법 위반 억지에 효과적일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표준 계약서를 제·개정하여 현장에 제시해본들 특약으로 이를 피해 가고 이 특약은 날로 지능화·고도화 되어가고 있어 현장에서는 공정위의 의도대로 계약상 보호를 받기 어려운 형국이다.

결론적으로, 하도급업자의 보호에는 아직도 미진하고 갈 길이 멀다. 물론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점을 직시하고 지속적으로 법 개정과 정책을 발표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는 있다. 하지만, 하도급거래는 기본적으로 원사업자와 하도급업자 간의 사적 거래이다. 하도급법 위반은 원사업자의 사적 이익 추구 과정에서 나오는 현상이다. 따라서 행정권으로만 규율하는데 치중하지 말고 사적인 구제 및 보호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실효성 확보, 입증책임의 전환, 부당특약의 무효화, 감정절차의 마련, 조사절차의 개선 등의 방안이 시급하고 절실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변호사
현 종합법률사무소 '공정' 대표 변호사
사이드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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