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대응력 높여 즉각 분리제도 시행 철저히 대비
-뒤늦은 대책에 여론에선 ‘좀 더 빨랐으면’ 안타까움 
-정부,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 관련 국민청원에 답변

아동학대 사건은 왜 끊이지 않는 것일까? 최근 여론을 들끓게 했던 입양된 16개월 아동 사망사건으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이와 관련된 청원이 줄을 이었다.

이중 ‘정인이 양부는 양모와 공범입니다. 반드시 살인죄가 적용돼야 합니다’라는 청원에 21일 자정 기준 26만 1,103명이 동의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황 씨(40대)는 “학대를 하고도 뻔뻔하게 모르쇠로 일관하는 입양부모의 태도에 헛웃음이 나왔다”며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고 짧은 생을 살다간 아이에게 미안해서라도 반드시 죗값을 치르길 바란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정인이 사건을 접한 직장인 이 씨(30대)는 “정인이 양부모는 입양으로 인한 이득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차례 신고에도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없었던 부분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을 발표해 다행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뒤늦은 처사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아동학대와 관련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20일 청와대는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관련해 20만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 4건과 현재 16만 이상의 동의를 얻은 1건 등 5건에 대한 답을 내놨다.

청원의 내용은 소극적으로 대처한 담당 경찰관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아동학대 양부모에 대한 엄중한 처벌,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정인이 양부는 양모와 공범입니다. 반드시 살인죄가 적용돼야 합니다’라는 청원에 21일 자정기준 26만1,103명이 동의했다. (자료출처=청와대 국민청원)
‘정인이 양부는 양모와 공범입니다. 반드시 살인죄가 적용돼야 합니다’라는 청원에 21일 자정 기준 26만 1,103명이 동의했다. (자료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김창룡 경찰청장은 “1월에만 아동학대 관련 국민청원이 100건 넘게 게시되는 등 국민 여러분의 분노와 안타까움이 청원에 담겼다”며 “다시는 이러한 참혹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과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는 의미임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 학대 피해 아동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경찰의 최고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다시는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도록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전면 쇄신해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모든 아동학대 신고는 경찰서장이 확인 △경찰청에 아동학대 예방 정책 총괄 전담 부서 신설 △아동학대 현장에서 주체적인 경찰권 행사토록 제도적 기반 확충 △아동학대 대응 인력의 전문성과 조사 이행력 강화 △아동보호 대응 인력 확충 및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 △아동보호에 공백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 △입양 체계의 공적 책임 강화를 약속했다.

■대응 인력 “전문성·협업 노력 부족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제1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 부처와 함께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 방안’을 마련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장중심의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아동학대 근절에 한발 다가갔다. (자료출처=보건복지부)
정부는 현장 중심의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아동학대 근절에 한발 다가갔다. (자료출처=보건복지부)

정부는 “아동보호 강화를 위해 그간 여러 차례 대책을 발표했으며 작년 7월에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배치, 즉각 분리제도 법제화, 보호 쉼터 확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아동·청소년 학대방지 대책’을 관계 부처 합동으로 수립,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16개월 아동 학대 사망사건 대응 과정에서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기관 등이 개입했으나 대응 인력의 전문성·협업 노력 부족으로 현장에서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 아동 관점에서 세밀한 대응 노력이 미흡했으며 아동보호를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현장조사 거부하면 ‘과태료 1,000만 원’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아동학대 초기 조사 및 대응의 전문성을 강화키로 했다. 이에 따라 새로 배치되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대상 직무교육은 기존의 2배인 총 160시간으로 확대하고 현장 체험형 실무교육, 법률교육 등 필수 업무 내용 위주로 내실화한다.

무엇보다 현장에서의 대응체계가 미비했던 바 단계별 현장 대응 인력의 역할을 명확히 정립하고 협업을 강화키로 했다. 예를 들면 현행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 경찰이 법령 상 부여된 권한을 공동 수행했으나 구체적 현장 상황을 기준으로 전담 공무원, 아동보호 전문기관, 경찰 역할 및 협업 방안 설정(현장 의견 반영)을 하게 된다.

더불어 신고자 혼선 방지를 위해 일원화된 신고 접수 체계(112)를 안착시키고 신고 외 아동학대 관련 상담은 보건복지 상담 센터(129)와 연계해 신설한 아동학대 전문상담팀에서 제공한다.

특히 아동학대 현장조사 시 현행 신고된 현장만 출입이 가능했었는데, 아동학대 처벌 법이 개정됨에 따라 신고된 현장 및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장소까지 출입 범위가 확대된다.

이와 함께 경찰·아동학학대 전담 공무원·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직원이 수행하는 현장조사 거부 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보건복지부 측은 “즉각 분리 등 적극적인 현장 조치가 합리적 판단과 업무지침에 따라 이뤄진 경우에는 대응 인력이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법적 근거 마련을 검토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3세 미만 아동학대 사건 전담 수사

지자체에서는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를 위해 전국 229개 시군구에 664명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조속히 배치하고, 수요 조사 등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추가 인력도 신속히 보강한다.

또한 시·도 경찰청에 아동학대 특별 수사팀을 포함한 ‘여성청소년 수사대’를 신설해 13세 미만 아동학대 사건 전체를 시·도 경찰청 단위로 격상해 전담수사하게 된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심층 사례관리 전담기관으로서 가족기능 회복 지원을 통해 재학대 방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한다.

무엇보다 아동학대 현장 대응 인력들의 근무여건도 개선될 전망이다. 아동학대 신고 시 즉각적인 현장 대응에 필요한 전용차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차제에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기로 했다. 더불어 지자체 차원의 자체적인 근무여건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지자체 합동평가 지표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지원을 위해 특정업무경비 신설도 검토한다.

이외에도 시·도는 배치된 전담인력이 관할 지역 내 이동보호 자원 개발 및 관리, 시군구간 업무조정 등 담당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이러한 대응을 지원할 기구 설치도 고려하기로 했다.

■학대 피해 아동 쉼터 15개 조속히 설치

아동학대의 고리를 끊는 것은 ‘즉각 분리’로 정부는 올해 예정된 학대 피해 아동 쉼터 15개를 조속히 설치하고 지자체 추가 수요를 반영해 14개소를 연내 추가 확충하게 된다.

‘즉각 분리’에 앞서 위기아동 가정보호가 절실하기에 학대 피해를 당한 0~2세 이하 영아는 전문교육을 받은 보호가정에서 돌볼 수 있도록 위기아동 가정보호 사업을 새로 도입하고, 보호가정 200여 개 확보를 추진하기로 했다. 안타까운 결과지만 2019년 학대 판정사례 중 피해 아동이 2세 이하인 비중은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직영 또는 기존 양육시설 기능 전환 등을 통해 시도별 최소 1개 이상의 일시보호시설 확보를 추진하기로 했다. 각 시·도가 소규모(정원 30인 이하) 양육시설을 일시보호시설로 전환할 경우, 기능보강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시·도 차원에서도 일시 보호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 관리하고, 인접 시·도 간 협의를 통해 피해 아동의 신속한 입소를 지원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은 “‘즉각 분리제도 상황 대응 TF’를 설치하고 시·도별 현황 점검 및 조정을 지원해 현장에서 활용할 즉각분리 업무지침도 제정해 안내할 계획”임을 밝혔다.

즉각 분리된 아동은 시도별 거점 아동보호 전문기관 내 심리치료센터에서 심리·정서 치료를 받게 된다. 이를 위해 2021년 17개 시·도별 심리치료 전문인력 3인을 배치하기로 했다. 쉼터 등 아동을 보호하는 시설·위탁가정에서도 학대 아동의 심리·정서 지원이 강화된다.

정부는 3월 시행되는 피해아동의 ‘즉각분리제도’ 시행에 앞서 시도별 비상대응 전담부서 지정 등 대비체계를 구축했다. (자료출처=보건복지부)
정부는 3월 시행되는 피해 아동의 ‘즉각 분리제도’ 시행에 앞서 시도별 비상 대응 전담 부서 지정 등 대비체계를 구축했다. (자료출처=보건복지부)

■아동학대 범죄 양형기준 마련하겠다

정부는 아동학대 범죄 양형기준 제안서를 마련해 사법부와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개선 필요성을 공유하기로 했다. 작년 10월부터 법무부·경찰청 등 관계 부처, 아동복지, 법률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처벌강화 TF’에서 논의해 온 양형기준 개선 제안서를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더불어 방임 학대 시 돌봄 조치를 강제할 수 있도록 피해 아동보호명령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피해자 국선 변호사 선정을 의무화해 학대행위자가 보호자인 아동학대 범죄의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다.

무엇보다 아동학대 예방 인식개선을 확산하기 위해 체벌 없는 양육법을 안내하는 부모교육 콘텐츠를 확산하고 공익광고 등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도 전개한다.

아동과의 접촉이 잦은 지역 내 약국(2만 3000여개), 편의점(4만 여 개) 등과 감시 네트워크를 강화해 아동학대 신고망을 확대하기로 했다. 학교용 아동학대 예방 매뉴얼을 통해 학대 사례뿐 아니라 학교(장) 명의 신고, ‘아이 지킴 콜’ 앱을 활용한 익명 신고 제도를 안내해 학교 종사자의 신고를 유도하기로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는 조기 발견이 중요하기에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는 비대면 예비소집을 병행해 아동의 소재·안전을 점검하고 입학단계 출석 확인을 통해 이중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비 양부모 결정 신중히 ‘입양특례법 개정도’

한편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에게 적합한 예비 양부모를 결정하는 과정인 ‘아동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결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입양기관 내에 외부위원이 포함된 결연 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그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분기별로 보고하도록 했다.

입양에 앞서 예비 양부모에게 제공하는 입양기관의 필수 교육 방식과 내용도 내실화해 아동 양육 및 상호적응에 중요한 지식·정보를 제공해 입양 준비를 지원하게 된다.

특히 입양 후 사후서비스 과정에서 아동학대를 인지한 입양기관은 지체 없이 지자체 등에 신고하고 유관기관과의 협조체계 구축, 보건복지부 보고 및 모니터링을 의무화한다. 또 현행 민간 입양기관 중심의 입양 체계를 개편해 국가와 지자체 책임을 강화하는 등 입양특례법 개정안을 마련해 조속히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방안은 사건 초동 대응 과정에서 현장인력들의 전문성 확보와 협업, 즉각 분리제도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한 보호 인프라 확충 등에 중점을 뒀다”며 “마련된 대책들이 현장에서 성실히 이행되도록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전문가 의견수렴을 통해 대응체계의 미비점을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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